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6일 발표한 행정명령은 북한 정권의 돈줄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없었던 강력한 조치들이 담겨 있어 파급효과가 주목됩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새 행정명령과 재무부의 추가 제재 내용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행정명령을 발표한 목적과 근거는 뭔가요?
기자)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계속해서 위반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행태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 행정명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에 대한 대응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새 행정명령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2270호와 미국 의회가 채택한 2016 대북 제재 강화법 이행을 위한 것임을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새 행정명령의 특징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 정권의 돈줄과 인권 개선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북한 정부와 노동당의 돈줄에 제재를 가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정부나 노동당 관리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번 행정명령의 특징은 그러나 구체적으로 제재 대상을 명시한 게 아니라 앞으로 언제든 포괄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와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분야별로 좀 더 자세히 내용을 살펴볼까요?
기자)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돈줄인 수송과 광물, 에너지, 금융 기관이 표적이 됐습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언제든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최대 수입원인 광물 거래와 관련해 나라 안팎으로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제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또 제재 대상에 올라 자산이 동결된 사람들을 물리적, 재정적, 기술적으로 지원해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언급들은 북한 관리들 뿐아니라 제3국의 개인이나 단체들도 제재할 수 있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의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인권과 관련해서는 어떤 내용들이 있습니까?
기자)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북한 정부나 노동당 혹은 모든 관련 기관 종사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해외로 송출하는 책임자들, 그리고 주민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검열기관 책임자들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한 것도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진행자) 이와 관련해서 미 재무부가 노동당 선전선동부를 제제 대상으로 추가했는데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기자) 선전선동부 제재는 미 의회가 채택한 2016 대북 제재 강화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법은 김정은 정권의 인권 유린과 언론 검열, 이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책임 여부 등을 검토해 보고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노동당이 주민들을 완전하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전선동부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전선동부가 매달 지침을 하달하면 모든 매체가 이 지침을 받들어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 재무부는 또 선전선동부가 북한의 모든 신문과 방송을 검열하는 핵심 기관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선전선동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부부장으로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선전선동부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 배경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가운데 한 명인 톰 말리노우스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는 행사 때마다 북한 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정권이 주민들의 눈과 귀, 입을 철저히 막고 있는 사실이라고 강조했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나라 안팎의 사정과 진실을 바로 알아야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를 북한 정권이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 주민들만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통제와 검열의 심장부인 선전선동부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VOA’에 통제와 검열의 방화벽이 뚫려 북한 주민들이 바른 소식, 즉 핵과 미사일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또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가 어디를 겨냥한 것인지를 북한 주민들이 바로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새 행정명령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북한 주민이 아니라 미국과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북한 정부와 그 활동들이 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 재무부는 그밖에도 여러 추가 제재 대상을 발표했는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새 행정명령과 이전 명령에 근거해 개인 2 명과 단체 15곳, 선박 20척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습니다. 대상은 금융과 광물, 검열, 운송 분야 종사자나 단체입니다. 개인은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으로 이집트에 있는 리원호,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조용철입니다. 두 명 모두 조선광업개발회사 (KOMID)의 사업을 지원한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랐습니다. 이 회사는 이미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재래식 무기 관련 장비의 주력 수출업체로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진행자) 제재 대상에 오른 광산업체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구요?
기자) 네, 싱왕경제무역총회사와 조선외국기술무역센터가 올랐는데요, 각각 인민무력부와 특수무기연구 등 군사 활동에 연루돼 있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재무부는 북한 정부가 광물 수출을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의 돈줄로 삼고 있다며, 특히 “노예 같은 환경에서 노동자들을 착취해 (광물을 캐서) 해외에 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런 광물 수출을 통해 매년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재무부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새 행정명령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도 관심사인데, 전망이 어떤가요?
기자)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번 행정명령은 앞으로 어떤 분야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게 특징입니다. 따라서 북한 정부의 향후 태도에 따라 제재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제재 이행 여부도 미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다만 새 행정명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해석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과 재무부의 추가 제재 대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