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남북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민족 대회합’을 갖자는 북한의 제안에 대해 비핵화가 먼저라며 일축했습니다. 또 북한의 거듭된 대화공세가 한국 내 여론 분열을 노린 통일전선 공세라고 비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올해 광복절에 즈음해 남북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민족 대회합’을 열자고 한 북한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통일부는 28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어 여섯 차례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대해 진정성이 있다면 이와 같은 구태의연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특히 거듭된 북한의 대화공세를 한국 내 여론 갈등을 부추기려고 과거부터 되풀이 해 온 전형적인 통일전선 공세로 규정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7일 ‘북, 남, 해외 제정당, 단체, 개별 인사들의 연석회의 북측준비위원회’ 명의의 공개편지에서 광복 71주년 기념일인 오는 8월 15일을 전후로 ‘민족 대회합'을 개최하자며 다음달 중으로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열자고 제의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공개편지는 한국 측의 황교안 국무총리와 청와대 실장들,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 국회의장단, 여야 정당 관계자, 그리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에게 보내졌습니다.
북한은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전직 통일부 장관 등 100여 명에게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북한은 지난 9일에도 정부와 정당 단체 연석회의 호소문에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개최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지만 한국 정부는 핵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 없는 구태의연한 선전공세라고 일축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한국 정부의 거듭된 거부에도 대화 제안을 계속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 내 여론 분열을 노린 행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은 지난 7차 당 대회에서 통일 방안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 이것이 결과물로 나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조치로서 ‘민족 대회합’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고 더 나아가선 남남갈등을 야기시킴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적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대화공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전방위적인 대화공세를 펴고 있지만 궁극적 표적은 미국이라며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거듭되면서 미국 내 일부에서 현 상태 동결을 전제로 한 협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을 파고 들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자신들의 의도대로 미국이 협상에 응할 경우 한국 정부도 남북대화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7차 당 대회에서 나타났듯이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한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협상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어요. 그러니까 핵을 보유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핵을 보유하면서 전방위적인 협상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겠다는 이런 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이런 대화공세가 장기간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화공세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만 악화될 경우 북한으로선 추가 핵실험 카드를 또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