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 사이의 인도적 지원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투명성이 더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습니다. 또 지원을 받는 북한 당국뿐만 아니라 지원을 해주는 단체의 투명성도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강양우)
한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로 열린 온라인 강의에서 북한 전문가인 한국 서강대학교 김영수 교수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걸림돌은 ‘분배의 투명성’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원된 물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국제기구가 북한을 지원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 정부나 민간단체의 지원도 이 같은 분배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수 / 서강대 교수
“문제는 가장 인도적 지원에서 걸리는 게 분배의 투명성 문제입니다. 우리가 주면 줄 곳에 제대로 갔는가? 딴 데로 빼돌리지 않았는가?”
김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정확한 통계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투명성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수 / 서강대 교수
“황사 측정기를 우리가 2개나 줬는데도 황사 측정한 통계를 주지 않아요. ‘좀 주세요’ 그랬더니 ‘그걸 왜 달라 그러는가?’, ‘아니 줬으면 통계를 줘야 황사 측정이 되지’ 그랬더니 ‘일 없어’ 괜찮답니다. 안 줘도 된답니다.”
이 같은 분배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원을 해 준 한국 정부와 국내외 민간단체들이 지원 내용을 먼저 공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서독 정부가 동독 주민들을 지원했을 때도 지원 사실을 서독 국민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공개했기 때문에 중복지원도 방지하고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수 / 서강대 교수
“투명하게 우리가 지원한 걸 우리 언론이나 사회에 공개하게 되면 대북지원 물품을 북한 지방 관리가 슬쩍 착복하는 것을 못하죠.”
북한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도 북한에 지원된 인도적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고 적재적소에 사용됐음을 꾸준히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을 지원해 오고 있는 국제기구의 경우 주기적인 점검과 모니터링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 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의 경우 북한의 반발로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 간에는 같은 민족으로서 인도적인 지원 이 부분에 대해 민간이 북한 측에게 엄격한 모니터링 요구를 할 때 북한이 상당히 반발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어 왔다…”
투명성 문제는 지원을 받는 북한 당국뿐만 아니라 지원을 해주는 한국 측 민간단체들에게도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지원받은 기부금 등의 정확한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이제는 필요한 때라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은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앞서 한국 통일부는 지난달 30일 민간단체인 ‘남북경제협력연구소’가 신청한 소독약과 진단키트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물품 67만 달러 어치에 대한 대북 반출 승인을 밝히면서 물품 지원을 받는 북한 측 단체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도협력 사업의 성사 가능성 등을 고려해 북한 측 계약 주체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명도 공개하지 않아왔다고 설명했지만, 대북 지원에 대한 투명성 논란이 일었습니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모금 과정과 분배 과정을 투명하게 집행할 경우 대북 인도적 지원은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