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단체가 설탕과 술 등을 물물교환하려던 북한 측 상대 기업이 대북 제재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거래 승인을 검토하면서 추진하던 북한과의 물물교환 사업이 첫 사례부터 문제가 생겨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의 보도입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이상훈)
한국 통일부의 서호 차관은 24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최근 추진되던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의 물물교환 사업 계획에 대한 질문에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VOA와 통화에서 서호 차관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번에 추진하던 물물교환은 북한 측 업체가 제재 대상으로 확인돼서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한국 미래통합당 의원 (정보위 간사)
“39호실 산하 회사로 (제재 대상) 확인돼서 ‘이제 물물교환 못하겠네요?’ (질문)하니까 ‘못하지요.’ 라고…‘못하지요’ 했으니까 백지화가 된 거죠. 그 회사와는.”
앞서 한국 내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은 설탕 167톤과 북한 측 개성고려무역회사의 인삼술 등 35종에 대한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정부의 물품 반출입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취임 후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구상으로 물물교환 등 작은 교역을 적극 추진하면서 첫 사례로 이번 거래에 대한 승인을 검토해 오고 있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정보위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실 산하 기구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정권의 비자금과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불법무기와 마약거래, 위조지폐와 돈세탁 등을 통한 외화벌이 총괄 기구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외에도 많은 대외 교역 업체들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39호실을 포괄적으로 제재를 한 것이기 때문에 39호실의 대성지도국이 그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그러면 현실적으로 이번 거래가 어렵게 되는 거고요.”
한국 전문가들은 물물교환을 통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려던 한국 통일부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범철 /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일단 북한의 물물거래 파트너를 교체해야 하는 일도 남아 있고 또 사안이 대외로 공개된 만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외부의 지원을 받지 말라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도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해서 향후 물물거래 역시 그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해졌다고 봅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번 물물교환이 사실상 철회된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철회라는 용어 사용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물물교환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