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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EU 정상회의 의장 긴급 대피...바이든 '무기대여법' 서명


10일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 지역 소방대원이 전날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피고 있다. 
10일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 지역 소방대원이 전날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을 살피고 있다. 

러시아군이 9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 일대를 공습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작전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 Tu-22 전략 폭격기가 신형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발사해 건물 5개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이 이번에 발사한 킨잘 미사일은 3발 이상이고, 오데사 시내 호텔과 쇼핑몰 등 민간 시설에 떨어진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당시 오데사를 방문 중이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일정을 중단하고, 황급히 방공호로 대피했다고 데니스 쉬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이날 밝혔습니다.

킨잘 미사일 외에 오닉스 순항미사일 등이 시내·외곽과 오데사 주 곳곳을 타격했습니다.

이날 러시아군이 오데사 일대에 쏜 미사일은 최소 7발로 확인됐습니다.

지역 당국은 10일 현재 인명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사상자가 상당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을 쏜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3월에도 킨잘을 발사해, 남서부에서 루마니아와 국경을 맞댄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 내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했습니다.

킨잘은 항공기를 통해 공중에서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습니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고, 레이더 추적을 따돌리는 탐지 회피 기능이 뛰어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킨잘에 관해, "음속의 10배로 비행하며 기존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이상적인 무기"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직접 시험 발사를 참관하기도 했습니다.

■ 비대칭 전력 과시

미군 정보 당국 관계자는 10일 VO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극초음속미사일 실전 사용 배경을 두 갈래로 설명했습니다.

첫째,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비대칭 전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당국자들은 최근 핵무기와 극초음속미사일 전력 보유 사실을 강조하고, 실전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지난 8일 "핵 전쟁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우리(러시아)에 의해 30분 안에 말살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런 사태는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발생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로고진 사장은 러시아 위성의 발사와 관리를 관장하는 인물입니다.

로고진 사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대러시아 제재를 단행한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업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 오데사 주변 지역 공세 강화

둘째, "오데사 지역 주변 공세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최근 러시아 측이 보이고 있다고 미군 관계자는 지적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돈바스 점령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게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거점 도시이자, 흑해 연안 최대 물동항이 자리잡은 곳입니다.

또한 이웃나라 몰도바와도 가깝습니다.

지난달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이 우크라이나 서쪽에 국경을 접한 몰도바까지 진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 일대를 잇는 육상 거점 확보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 남부를 완전히 영향권에 넣어 몰도바까지 군사작전 구역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습니다.

러시아군은 최근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사실상 장악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 병력이 시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 항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 바이든 '무기대여법' 서명

이런 가운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 절차를 간소화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위 대여법안(Ukraine Democracy Defense Lend-Lease Act)'에 9일 공식 서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명식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잔혹한 전쟁에 맞서 조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또 다른 중요 도구를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금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 중추적인 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악의적인 파괴"라고 비난하고 "러시아의 잔학행위는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전투의 대가는 싸지 않지만 침략에 굴복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대가가 뒤따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서명식에는 우크라이나 태생인 공화당의 빅토리아 스파츠 연방 하원의원이 참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한 펜을 스파츠 의원에게 건넸습니다.

■ 2차 대전 때 처음 제정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통해 이날 새로 제정된 법규는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물자를 공급하는 절차를 간소화한 법규를 현재 우크라이나 사정에 맞게 손질한 것입니다.

무기를 지원할 때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 등을 대폭 정리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무기 등 군수 지원을 집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필요한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다음 나중에 대가를 지불하면 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백악관에서 데니스 쉬미할 우크라이나 총리와 만나 군수·재정 원조 확대를 약속할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 앞에 앉았습니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1940~1941년 무기대여법 의회 통과를 이끌어내고 서명한 인물입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9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예산이 열흘 뒤면 바닥날 것"이라며 추가 예산 승인을 의회에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얼마전 330억 달러 추가 예산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규모를 증액해 총 400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을 곧 표결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그만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D.C. 교외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매우 계산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가 지금 당장 (전쟁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서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문제(러시아의 출구전략)에 관해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우크라이나 EU '회원 후보' 지위 결정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절차가 다음 달부터 본격 개시됩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9일 트위터를 통해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에 관한 의견을 6월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의 사회 제도나 경제 구조 등이 EU 기준에 부합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 답변한 서류 2차분 작성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올가 스테파니쉬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답변 서류를 앞에 놓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화상 통화하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집행위원회가 이 답변서를 검토한 뒤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27개 회원국이 승인하면 우크라이나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이 때부터 정식 가입을 위한 본격 협상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시점을 6월로 확정한 것입니다.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나흘만인 지난 2월 28일 EU 가입 의사를 공식화했습니다.

통상 EU 가입 신청부터 후보국 지위 확보까지 몇년이 걸립니다. 우크라이나는 이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신청과 관련해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달 8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요청을 명확하게 수신했다"며 "오늘은 처음으로 긍정적 답변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EU 가입 승인에 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마침내 우리의 오랜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 까다로운 절차 남아

EU 회원 후보국이 된 뒤 공식 회원국으로 승인받을 때까지 까다로운 협상이 진행됩니다.

정치·사회적으로 삼권 분립을 비롯한 민주국가 체제를 갖추고, 인권을 보장하며 소수자 보호 장치를 확인하는 한편, EU의 법률체계를 수용해야 합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경제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통화동맹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내일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를 주더라도, (공식 회원국으로) 합류할 때까지 몇년 내지 몇십 년이 걸리리라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유럽 내 민주주의 국가 간에 더 광범위한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마크롱 대통령은 이같은 제안이 우크라이나 외에 몰도바와 조지아 등 EU 가입 희망국들과 함께 움직일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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