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 감염 상황을 확인한 가운데, 미국의 의료 전문가들은 북한 내 붕괴된 의료 시스템과 백신 무접종, 모내기 철 등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북한의 코로나 사태는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북한 정권의 오랜 기만과 무책임하고 모순된 행태, 비협조적 자세 때문에 대북 지원에 대한 국제 의료계의 시각은 매우 냉담하다는 현실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과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보건 시스템을 오랫동안 연구했었던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의 길버트 번햄 교수는 13일 VOA에, 북한 내 코로나 확산 발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백신 접종을 못해 면역력이 없고 의료 시스템은 열악하며 수많은 인구가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은 불가피했고 상황은 더 심각한 사태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번햄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 당장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대규모 전염을 피하기에 너무 늦었을 것이라면서, 북한 지도부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로 많은 나라가 대북 지원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고 북한도 세계보건기구 WHO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계속 꺼리고 있어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보건 상황을 20년 넘게 연구한 존스 홉킨스대학의 코틀랜드 로빈슨 교수는 인도적 위기에 대해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많은 의료인을 비롯해 국제사회에는 북한 정부의 오랜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냉소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틀랜드 로빈슨 /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교수
“북한 정권은 미사일을 만드는 데 수많은 달러를 쓰면서 왜 백신에는 조금의 돈도 쓸 수 없을까? 이것은 공정한 질문입니다. 저는 북한이 전 세계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이 결정한 겁니다. 그래서 많은 냉소가 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가 왜 지금 이런 위기 신호를 보내는지, 그들의 말대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면 왜 이를 외부에 공개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동정심으로 돌리려는 의도인지 혼란스럽게 하는 이런 북한의 현실은 결국 북한 주민들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전염병 문제를 담당했던 탈북 의료 전문가는 김정은이 전염병 격리를 강조하면서도 대규모 건설은 계속 진행하라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무턱대고 지원을 제의하기보다 상황을 먼저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정훈 /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는 둘째였고 삶의 질이 완전히 다운돼서 오히려 이런 차원에서 북한 당국이 더 긴장할 겁니다. 그래서 내부 결속을 한층 더 다지고 대외적으로는 ‘오미크론 정도도 발표하는 나라인데 우리는 정상 국가야! 유전자 분석도 하고!’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입니다.”
대북 인도주의 사업에 정통한 미국 내 한 단체의 관계자는 VOA에, 수십만 명이 발열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을 볼 때 이번 사태가 매우 심각해 보인다면서 국경 봉쇄로 식량과 비료, 의약품,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도시 인력이 대거 농촌에 동원되는 모내기 철에 코로나 타격은 매우 파괴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국경을 다시 개방해 국제기구 요원들을 입국시키고 국제사회는 백신과 영양 식품 등을 포함하는 패키지 지원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