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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집속탄 우크라이나 지원 공식 발표...'국제적 논란 무기' 투입으로 전쟁 흐름 바뀌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브리핑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브리핑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는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합니다.

미 국방부는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포함해 고속기동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탄약 등 총 8억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단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7일) 브리핑에서 "집속탄의 불발탄 위험에 따른 민간인 살상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장기간 숙고를 이어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속탄 제공 승인을 확인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민간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속탄을 매우 조심스럽게 쓰겠다고 서면으로 보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측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파악됩니다.

앞서 지난 3월, 우크라이나 당국이 드론으로 투하할 수 있는 집속탄 제공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미 의회 의원 2명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 국제적 논란 일으킨 무기

집속탄은 광범위한 인명 살상 효과로 논란 소지가 큰 '비인도적 무기'로 꼽힙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접속탄을 사용하지 않았고 2015년 이후로는 수출도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기대보다 부진하자 고민 끝에 지원 방침을 굳힌 것으로 분석됩니다.

로라 쿠퍼 미 국방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는 "집속탄이 러시아군 참호 공략에 유용할 것으로 본다"고 지난 달 의회에서 발언했습니다.

■ 120여개국 사용 중지 선언

집속탄은 모체가 공중 파괴되면서, 안에 있던 작은 폭탄 최대 수천 개가 표적 주변에 뿌려져 불특정 다수를 살상합니다.

하늘에서 여러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며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 '강철비(steel rain)'라고도 불립니다.

B-1B 랜서 폭격기가 모처에서 집속탄을 투하하고 있다. (자료사진)
B-1B 랜서 폭격기가 모처에서 집속탄을 투하하고 있다. (자료사진)

또한 나중에 불발탄이 터질 경우 민간인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가에서 사용 중지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0년에 집속탄 사용과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을 국제적으로 발효시킨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120여 개국이 이 협약에 서명한 상태인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30곳 중 3분의 2가량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CCM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집속탄 운용에 관한 제도적 문제는 없습니다.

한편 러시아가 사용 중인 집속탄의 불발탄 비율은 약 40%인 반면 미국이 지원할 예정인 집속탄은 폭발 실패율이 3% 미만이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 "바이든 행정부, 몇달간 결정 보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다는 의미로 주요 매체들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6일 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의 흐름이 유리하게 바뀌기를 기다리며 몇 달간 결정을 보류해왔다"면서 "집속탄 지원이 동맹국들에 인기 없는 결정일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잃는 것 역시 우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장기간 예고해온 '대반격'을 최근 시작했으나, 러시아군의 저항이 강해 기대보다 전황이 부진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의 재래식 무기 부족 및 수적 열세 등을 극복하는 데 집속탄 사용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판단한 셈입니다.

지금이 우크라이나 전쟁 전체의 방향을 바꿀 기회라고 판단했을 개연성도 있습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24일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 철수한 직후인 이달 초 강연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약점이 탄로 났다"며 "대러시아 스파이 확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서 이미 수차례 사용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이미 집속탄을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인권단체들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도 냉전 시절에 생산된 구형 집속탄을 꺼내 몇 차례 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젤렌스키, 개전 후 첫 튀르키예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처음 튀르키예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합니다.

7일 튀르키예 최대도시 이스탄불에서 만나는 두 정상은 오는 18일 만료 예정인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할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은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시작된 흑해 곡물 협정이 재연장 되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비료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한 만료 때마다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습니다.

두 정상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 나토 합류 현안

이번 우크라이나-튀르키예 정상회담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 전반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것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가 없어 기존 회원국 전체 승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헝가리는 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가입 승인 절차를 지연시키지 않겠다고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튀르키예가 관건인데, 스웨덴 정부가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이유와 함께 스웨덴에서 코란 소각 시위가 벌어진 것을 두고 강력히 반발하는 중입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재를 높이 평가했다면서, 이번 회담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앞서 불가리아-체코 방문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관련국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6일엔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방문해 니콜라이 덴코프 총리와 회담했습니다.

같은 날 체코 프라하에서도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다음주 나토 정상회의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나토 군사위원장 출신인 파벨 대통령은 이날(6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협상이 빠르면 올해 안에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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