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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핵잠수함 부산 기항에 "핵 사용 조건 해당"...한국 "정당한 방어 조치"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 (자료사진)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인 켄터키함 (자료사진)

북한은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기항이 자신들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된다고 위협했습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정당한 방어조치라며 북한이 핵 공격을 하면 정권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20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군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가 북한의 국가핵무력정책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해 상기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강 국방상은 “북한의 핵 사용 교리는 국가에 대한 핵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사용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필요한 행동 절차 진행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위협은 지난 18일 미한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 맞춰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겨냥한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핵무기 사용 원칙 등을 담은 핵무력 사용 정책을 법제화했습니다.

법령은 북한의 ‘핵무기의 사용 조건’으로 ‘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을 들었습니다.

강 국방상은 NCG 출범과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이 “가장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핵 위협”이라면서 “미국의 대북 핵 공격 기도와 실행이 가시화, 체계화되는 가장 엄중한 단계에 접어들었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격돌 국면은 온갖 가상과 추측의 한계선을 넘어 위험한 현실로 대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권 종말’을 입에 올리는 미국과 ‘대한민국’ 군부깡패 집단에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은 미국과 ‘대한민국’에 있어서 자기의 존재 여부에 대해 두 번 다시 생각할 여지조차 없는 가장 비참한 선택으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21일 ‘북한 국방상 담화문에 대한 입장’을 내고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부산 기항은 “북한이 지속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한동맹의 정당한 방어적 대응조치”라고 반박했습니다.

국방부는 또 “미한이 NCG를 개최하고 전략핵잠수함을 전개한 것은 북한의 주장처럼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모의나 핵 위협이 아니”라며 “북한은 불법적인 핵무기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고 실제 핵무기 선제공격 훈련과 미한동맹에 대한 핵 공격 위협을 반복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동맹의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 고위층에서 잇단 담화를 내고 NCG와 미 전략자산 전개를 일관되게 비난하고 있다”며 미한 억지력 강화에 대한 부담과 초조함이 읽힌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강순남이 강조한 것은 결국 두 가지죠. NCG와 SSBN 전략자산 그 두 가지는 북한이 워싱턴 선언 이후 꾸준하게 문제 제기를 해왔던 것이고 그것이 그만큼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핵의 효용성이 낮아진다는 판단을 분명히 하게 되고 한국과 미국 입장에선 억지력이 강화되는 조치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고요.”

북한이 미한동맹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핵무력 정책에 근거한 본격적인 대응을 시사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한에 대한 ‘강 대 강’ 기조 하에서 ‘핵에는 핵으로’ 응수하겠다는 의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북한은 2019년부터 각종 전술핵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쳐 해당 부대를 만들고 실제 운용 능력을 보여주는 무력시위도 했었다며, 핵 사용 교리에 근거해 처음 구체적인 적용 가능 사례를 언급함으로써 핵 공갈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북한이 핵 사용 교리를 만든 이후에 최초로 핵 공갈을 했다 이런 차원에서도 볼 수 있는 거죠.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은 일단 핵을 갖고 있으니까 북한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대해서 핵 공갈을 시작했다 이렇게 보는 거죠.”

북한은 남북한 접경지역에서의 미군의 정찰기 운용과 켄터키함의 전개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난 12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켄터키함의 전개 사실이 공개된 이튿날인 19일 새벽에도 두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며 반발했습니다.

북한 국방 수장인 국방상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담화로 다음달 대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북한의 고강도 무력 도발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그러나 강 국방상의 담화엔 수위를 조절한 측면도 엿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은 지난해 대규모 군사훈련을 포함해 잦은 빈도로 도발에 집중했지만 미한동맹 강화라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았다며 경제난으로 내구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도발 피로도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 일변도로 가기 보다는 미중 대화 무드의 전개 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 가능성 등 국제정세 흐름을 봐 가며 신중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번에 강순남의 표현에도 보면 ‘핵 사용 조건에 해당된다’가 아니라 ‘될 수 있다’고 돼 있어요. 아주 거친 대남 담화와는 다르게 미국에 대해선 수위를 조절하고 있고요 따라서 향후 북한의 담화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 같고요, 그러나 적정수위의 무력시위 정도가 예상되는 행보이고 북한 역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젠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강 국방상이 이번 담화에서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호명한 데 대해선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배제하고 한국을 일반적인 다른 나라와 같이 대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선 핵무기를 쓸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위협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내부 매체에선 여전히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대외매체를 통한 대남 메시지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칭호를 혼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미한의 대북 연합 억제력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북한의 이런 핵 위협 담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호칭하는 것은 위협의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이 대한민국을 동족으로 생각 안 하고 외국으로 생각하고 핵무기를 쓸 수 있다 그걸 보여주는 표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물론 가능하긴 하죠.”

한편 18일 부산에 기항했던 켄터키함은 3박4일의 방한을 마치고 21일 오전 한국을 떠났습니다.

켄터키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사거리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 D5’ 20여기를 적재할 수 있습니다.

은밀히 잠항하는 전략핵잠수함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북한에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하는 무기체계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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