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미국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호주가 영국과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심각한 물 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유엔 보고서 내용,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 관련 소식 먼저 보겠습니다.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시작됐는데요. EU 정상들이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휴전하라고 촉구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정상들은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지는 즉각적인 인도적 전투 중단을 요구한다며, 동시에 조건 없이 모든 인질을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상들은 또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겨냥한 지상 작전을 착수하지 말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인도적 차원에서 전투를 즉각 중단하고 라파 공격 계획도 철회하라는 요구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EU 정상들은 10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그곳에서 현재 전투로부터 안전과 인도적 구호에 대한 접근을 찾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상들은 또 가자에서의 “완전하고 신속하며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접근”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가자 주민들이 아무 어려움 없이 구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상들은 “가가지구로의 불충분한 구호 제공이 가져올 임박한 기아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재앙 수준의 인도적 상황과, 그런 상황이 민간인들, 특히 아이들에게 미칠 불균형한 효과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EU 정상들이 이스라엘 측에 라파 지상전에 착수하지 말라고 요구했는데, 국제 사회는 라파 내 군사 작전이 가져올 피해를 우려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상전 결과 막대한 규모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EU 정상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라파 지상전은 이미 재앙 수준인 가자 내 인도적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며, 긴급하게 필요한 기본 서비스와 인도적 지원 제공을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이 만든 결의안인데요. 표결에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서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이번 결의안은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과 연계된 즉각 휴전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구가 들어갔습니까?
기자) 네.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새 결의안은 “모든 면에서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필수적인 인도적 구호의 전달을 가능케 하며, 여전히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과 함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한 즉각적이고도 지속적인 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결의안에 “즉각적인 휴전”이란 문구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그간 ‘즉각 휴전’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왔는데요. 결국 이 말이 들어간 결의안을 만들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네이트 에번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 결의안은 인질 석방 협상의 하나로, 가자지구 내 즉각적인 휴전을 담보하려는 목적을 가진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분명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결의안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교를 지지하고, 하마스 측이 협상 테이블 위에 있는 휴전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에번스 대변인이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인질들이 몇 명이나 됩니까?
기자) 네. AFP 통신은 지난해 10월에 약 250명이 납치됐는데, 현재 약 100명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이스라엘 정부가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휴전 성사를 위해 중동에 가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20일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21일에는 이집트를 방문했고요. 22일에는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분쟁이 시작된 뒤 중동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진행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방문에서 블링컨 장관 쪽에서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2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자 내 휴전과 황폐해진 가자지구에 붙들려 있는 인질들 석방을 위한 협상에서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협상이 진행 중인 카타르 도하에서 합의가 나오도록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서 “합의가 어렵겠지만,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블링컨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이 국제 사회가 우려하는 라파 공격 계획에 관해서도 언급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다가오는 라파 지상 작전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라파에 몰려 있는 민간인들이 피해로부터 빠져나올 장소가 없다”면서 “하마스의 계속되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블링컨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호주와 영국이 호주의 핵 잠수함 관련 계획을 발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은 AUKUS가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한다는 획기적인 합의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21일 밝혔습니다. AUKUS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가 참여하는 지역 안보 협의체입니다.
진행자) 획기적 합의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AFP통신은 호주가 합의에 따라 오는 2050년대까지 핵 추진 잠수함 8척을 운영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호주가 도입할 잠수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바로 AUKUS 급과 버지니아급입니다. AFP통신은 AUKUS 급은 호주와 영국에서 만들고, 버지니아급은 호주가 미국에서 사들일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재래식인 디젤 잠수함이 아닌 돈이 많이 드는 핵 추진 잠수함을 호주가 원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점점 커지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핵 추진 잠수함은 호주가 현재 운용 중인 디젤 잠수함보다 더 조용하고 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디젤 잠수함처럼 부상하지 않고 매우 먼 곳까지 전개할 수 있어서 적에게 큰 위협을 줍니다.
진행자)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래식이 아닌 핵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위해 호주를 방문한 그랜트 솁스 영국 국방장관은 21일 전 세계에서 잠재적인 일촉즉발 상황이 나타나고, 중국이 타이완해협에서 점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AUKUS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타이완해협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지역 안보와 관련해 위험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입니까?
기자) 맞습니다. 솁스 장관은 지난 수십 년이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였는데, 이제 지구가 “전쟁 후 시기”에서 “전쟁 전 시기”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점점 더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핵 추진 잠수함을 들여오거나 만들려면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들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AFP통신은 AUKUS 잠수함 사업이 30년 동안 약2천40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호주 국방부 관리들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우선 AUKUS 급 핵 추진 잠수함을 최소한 5척을 건조하기를 원한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핵잠수함 건조는 누가 맡습니까?
기자) 네.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이 맡습니다. BAE 시스템은 호주 남부에서 호주 잠수함 건조 업체인 ASC와 협력해 AUKUS 급 잠수함을 만듭니다. 이 잠수함은 또 영국에서도 건조하는데요. 로이터통신은 호주 정부가 잠수함 설계와 현지에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위해 지난해 BAE와 51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전 세계 식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네.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유엔세계물개발 보고서 2024’를 발표했는데요. ‘번영과 평화를 위한 물’을 부제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분쟁 등의 상황이 안전한 식수에 대한 접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세계 물의 날’이 제정된 게 꽤 오래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1992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선포돼 이듬해부터 기념해 오고 있으니까, 벌써 30년 정도 된 국제 기념일입니다. 지구촌의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 활동이 증가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자 물의 소중함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진행자) 여기에 기후변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지금 전 세계 수자원 위기가 더 심각해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1년 사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가뭄으로 14억 명 넘는 사람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2022년 기준으로, 20억 명 넘는 사람이 안전하게 관리된 식수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고요. 35억 명은 적절한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위생 처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 물이 더 오염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게다가 의약품, 산업 폐기물, 공업용 화학 물질 같은 것도 전 세계 강과 바다로 스며 들어 안전한 식수 공급을 더 어렵게 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이러한 물 부족 문제는 강제적인 이주, 식량 위기, 건강 위협을 비롯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다시 말해, 물과 세계 평화, 번영이 유기적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보고서 편집장인 리처드 코너 씨는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물은 건강과 교육, 식량과 에너지 안보, 고용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통해 번영을 뒷받침하며, 이런 혜택을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은 평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너 씨는 또 “폭력적인 분쟁과 전염병, 지구온난화, 고인플레이션, 대규모 이주 등의 문제가 다 물에 영향을 주고 또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에서 또 주목할 만한 내용,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네. 보고서는 이런 수자원 위기가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 국가, 농촌 지역 등지에서 물긷는 일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들이 담당하는데요. 이로 인해 무급 가사 노동의 부담이 더 가중되고 교육의 기회가 박탈된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물을 얻기 위해서는 물이 있는 곳까지 멀리 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로 인해 폭력에 노출되고 성폭행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온난화 문제도 물 위기를 가져오는 큰 요인의 하나죠?
기자) 맞습니다. 한 예로, 아프리카 대륙 가운데 있는 ‘호수 차드(Lake Chad)’는 사막화로 인해 지난 60년 동안 90% 이상 줄었는데요. 보고서는 그 여파로 인근에 있는 나라들, 즉 카메룬과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니제르, 나이지리아의 경제와 안보 상황이 악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여러 과학기술도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선전되고 있는 그런 첨단기술도 신중히 이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급부상하고 있는 일부 기술은 정작 물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물 집약적인 기술이라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어 지구온난화를 막는 획기적인 기술로 소개되고 있는 ‘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도 그 과정에서 엄청난 물과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건데요. 그 때문에 물 위기 극복을 위한 첨단기술도 효율성과 영향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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