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용의자 4명이 법정에 출두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적어도 137명이 사망한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일축했습니다. 중국 해경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에 또 물대포를 쏘자, 필리핀 외교부가 중국 대사관 대리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뇌물 수수 혐의로 중국 교도소에 1년 가까이 구금돼 있었던 한국의 전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선수가 풀려나 한국에 입국했다는 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먼저 러시아 테러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테러 용의자들이 법정에 출두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테러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핵심 용의자 4명이 24일 모스크바 바스마니 지방법원에 출두했습니다. 법원은 이들에게 재판 전, 적어도 5월 22일까지 구금을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용의자들의 신원은 공개됐습니까?
기자) 네. 모스크바 법원은 텔레그램에, 용의자들은 달레르존 미조르예프,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 샴시딘 파리두니,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미조르예프와 라차발리조다는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는데요.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이들 용의자 4명은 모두 러시아에 거주하는 타지키스탄 국적자라고 합니다.
진행자)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된 장소가 공연장이다 보니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테러 공격이 발생한 크로커스 시티홀은 6천200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입니다. 테러 공격이 있던 22일 밤 록 그룹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고 하는데요. 공연 직전, 괴한들이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불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24일 기준,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37명이 사망했는데요. 일부는 괴한들의 총격에, 일부는 화재로 인해 숨졌습니다.
진행자) 사망자 수가 더 늘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연방보안국(FSB) 조사위원회는 전날(23일) 어린이 3명을 포함해 13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는데요. 하루 만에 사망자 수가 4명 더 늘었습니다. 다친 사람도 180명이 넘는데요. 모스크바 보건 당국에 따르면 그중 40명은 중태로, 앞으로 사망자 수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IS 선전 매체인 ‘아마크’는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격인 IS-호라산 조직원들이 공연장을 공격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밝혔는데요. 이 주장의 진위를 즉각 확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IS는 또 괴한들이 공연장으로 보이는 곳으로 돌진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약 90초 분량의 현장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다음 날인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 용의자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이동하려 했다고 밝히면서 1차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이들이 도망할 수 있는 경로도 준비돼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접촉했으며, 국경 근처에서 체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이런 주장에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저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연루됐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과 다른 쓰레기들은 그저 다른 이들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쪽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도 이번 공연장 테러 사건과 우크라이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우크라이나 정부 주장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IS에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IS가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보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관리들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IS-호라산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또한 이달 초, 모스크바 지역을 겨냥한 테러 공격 계획에 관한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했으며, 3월 7일에는 러시아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공개 경고를 발령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정보 제공에 러시아 측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초, 미국의 경고가 러시아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고에 무게를 두지 않음으로써 대형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 며칠 만에 발생한 이번 테러는 크렘린궁의 심각한 보안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요.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연관설을 제기하는 것은 이 같은 책임론을 돌리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서 대규모 테러 공격까지 발생했는데요. 모스크바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러시아 정부는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는데요. 이날 대부분의 공공행사는 취소됐고, 방송도 정규 방송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테러 참사가 발생한 크로커스 시티홀 현장에는 침통한 표정으로 헌화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국제 사회 반응도 살펴보죠.
기자) 네. 여러 나라가 참사를 당한 러시아 국민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테러 행위를 규탄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테러 행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고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애도를 표하고 모든 형태의 테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위로 전문을 보냈습니다. 한국 정부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끔찍한 테러 공격의 희생자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 국민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밝혔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S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 갈등 수위가 날로 고조되는 양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 외교부가 25일, 중국대사관 대리 사를 불러, 이틀 전에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수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발생한 중국 해안경비대의 물대포 공격을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해경이 필리핀 선박에 또 물대포를 쐈습니까?
기자) 네. 필리핀군에 따르면 23일 오전,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 주둔 중인 필리핀 군 파견대에 식량과 물자를 보내기 위해 보급선을 띄웠는데요. 중국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정이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진로를 방해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 공격을 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도 벌써 두 번째입니다.
진행자) 피해는 없습니까?
기자) 필리핀군은 중국 해경의 공격으로 배가 크게 파손됐으며, 승조원 3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일에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하던 필리핀 선박이 중국 해경의 물대포 공격으로 승조원 4명이 다치고 선체가 손상됐었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 이야기는 뭔가요?
기자) 중국은 합당한 조처를 취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중국 해안경비대는 중국의 해역에 불법으로 침입하려던 외국 선박에 대한 ‘합법적인 규제, 차단, 추방’이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중국은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도 자국 영해라는 주장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세컨드 토머스 암초는 필리핀 서부 팔라완섬에서 약 200km 떨어져 있고요.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하이난섬에서는 1천km 이상 떨어져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가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며 해당 수역도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쪽에서 보면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수역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해당국 영해는 아니지만, 유엔 해양법 조약에 따라, 해당 수역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갖습니다. 필리핀은 중국과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 심화하자 지난 1999년 폐군함을 일부러 좌초시킨 뒤 소규모 파견대를 주둔시키며 대응해 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국제 재판소 판결은 벌써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지난 2016년, 필리핀의 제소로 이뤄진 재판에서 중국의 이른바 9단선 주장이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필리핀을 비롯한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인근 국가와 영유권 갈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최근 중국과 필리핀 간에 냉기류가 흐르는 모양새입니다.
기자) 네. 지난 2022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이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와는 달리, 미국을 비롯해 서방 주요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는 냉각되는 양상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역내 최근 갈등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마닐라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중국의 공격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필리핀을 방문해, 미국 정부는 오랜 동맹국인 필리핀을 방어하겠다는 철통같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 당국이 한국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 선수를 석방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중국에서 1년 가까이 구금돼 있었던 손준호 선수가 석방돼 한국에 입국했다고 한국 외교부가 25일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손 선수의 입국 사실을 확인했지만, 언제 입국했는지, 또 그에게 적용됐던 혐의가 풀렸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한국 조선일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손 선수가 25일 오후 입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손준호 선수는 체포 당시, 중국 프로 축구팀에서 뛰고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손 선수는 지난해까지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 산둥 타이산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었습니다. 소속팀은 지난 2021년 중국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요. 손 선수는 중국에서도 지명도가 있었는데요. 손준호 선수는 지난해 5월 소속팀 감독의 허락을 받고 가족과 함께 귀국하려다 상하이 훙차오국제공항에서 공안에 체포된 후 지금까지 구금돼 있었습니다.
진행자) 손준호 선수는 특히 현역 한국 축구 국가대표였던 터라, 한국 축구계는 물론 한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손준호 선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포함해 한국 국가대표로 18번이나 출전한 베테랑 선수고요. 당시에도 아시안컵 A 매치를 위한 한국 국가대표팀에 뽑힌 상태였습니다. 손 선수는 2021년 산둥 타이산과 4년 계약을 맺고 합류하기 전, 한국 포항스틸러스와 전북 현대모터스에서 7시즌을 뛰었습니다.
진행자) 뇌물수수 혐의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졌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손준호 선수에게 적용된 혐의가 ‘비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 혐의’라고만 밝혔는데요. 비공무원 수뢰 혐의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이나 다른 조직에 속한 사람이 직위나 직책을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됩니다. 그래서 손 선수가 승부 조작 등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게 아니냐는 추측성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외국인 선수가 이 같은 혐의로 체포된 건 손 선수가 처음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오래전부터 중국 축구계에 부정부패가 만연했다는 비판이 있었죠?
기자) 네. 그래서 중국 축구계는 수년간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종식시키기 위해 강력한 정화 작업을 벌여 왔습니다. 손준호 선수 체포에 앞서, 소속팀인 타이산 감독과 일부 선수가 승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데요. 중화권 매체는 손준호 선수에 대한 당국의 조사도 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월 중순,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되면서 중국 당국은 손 선수 사건을 구속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진행자) 사건이 장기화하는 것을 의미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식으로 사법 처리 수순을 밟으면서 수사 기간이 장기화할 것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손준호 선수 측은 관련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 왔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이 사태에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기자) 한국 외교부는 손 선수가 신속하고 공정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그동안 중국 당국에 꾸준히 협조를 요청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지원 제공과 변호사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손 선수와 약 20차례 영사 면담을 진행했으며, 한국에 있는 그의 가족들과도 긴밀히 소통해 왔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한국 정부와 대한축구협회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축구 소식 하나 더 살펴보죠. 지금 2026 FIFA 월드컵 지역 예선이 치러지고 있는데요. 북한이 몰수패를 당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평양에서 26일 일본과 북한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4차전이 열릴 예정이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지난 21일, 평양 경기를 개최할 수 없다고 돌연 통보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일본에서 “악성 전염병”이 돌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일본에서는 최근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23일, 북한을 징계 위원회에 회부하고 3대0 북한의 몰수패를 선언했는데요. 이로써 일본은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종 예선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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