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탈북민 초기 정착지원금을 대폭 올리고 북한 인권 활동 관련 예산도 증액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에서 밝힌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 통일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만들어졌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내년 통일부 예산안은 일반회계 2천293억원, 남북협력기금 8천261억원을 합쳐 총 1조554억원, 미화로 약 7억9천만 달러 규모입니다.
일반회계는 올해보다 3.3% 늘려 잡았고, 남북협력기금은 올해보다 5.5% 깎은 겁니다.
전체적으론 올해 1조 965억원보다 3.7%에 해당하는 411억원이 줄어든 규모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내년 예산안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따르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에서 제시한 7대 추진 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반영했다”고 편성 원칙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통일부 내년도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봤을 때 어떤 특징이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눈에 띄는 것은 탈북민 정착기본금이 대폭 인상된 부분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탈북민 정착기본금이 현재의 1천만원에서 1천500만원으로 50% 인상이 추진됩니다. 정착기본금은 탈북민이 입국한 후 초기 정착을 돕는 지원금으로,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라면 여기에 가산금이 추가됩니다.
정착기본금은 2022년까지 800만원이었지만 작년 900만원에 이어 올해 1천만원으로 잇따라 인상됐습니다.
내년 정착기본금이 정부 예산안대로 1천500만원이 된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 3년 만에 88%가 오르는 셈입니다.
다만 올해 예산에서는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수 500명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봉쇄 이후 탈북민 규모가 줄어든 것을 반영해 내년 예산에는 380명으로 지원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진행자) 윤석열 정부 들어 정착지원금을 가파르게 올린 건데요,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의 하나로 탈북민 지원을 중시해 왔습니다.
탈북민을 포용하고 성공적인 정착을 격려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7월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 정착기본금 외에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와 취업 후 저축을 하면 그 금액에 비례해 매칭 펀드 방식으로 자산형성을 돕는 미래행복통장 제도도 운영해 왔습니다.
남북하나재단 김영희 대외협력부장은 탈북민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당장 탈북을 도운 브로커들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정착기본금 증액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부장] “지금 브로커 비용이 1인 당 들어오려면 거의 5천만원 넘어간단 말이죠. 그걸 다 커버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일부를 커버할 수 있고 또 물가상승률을 봤을 때 1천만원보다 500만원 늘어난 게 초기 적응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진행자)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도 정책 비중을 크게 두고 있지 않습니까? 내년도 예산안에 이런 기조가 반영됐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인권 실상을 공론화하는 데 필요한 재정 지원을 늘렸습니다.
북한 인권 국제회의 개최를 연 2회에서 3회로 확대하는데 기존 7억7천만원에서 9억4천만원으로 예산 지원을 늘렸고, 북한 인권 실태조사에도 1억원을 증액했습니다.
북한 인권 민간단체에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북한인권 증진 활동 지원금’도 기존 18억3천만원에서 29억6천만원으로 늘렸습니다.
북한의 경제,사회 실상에 대해 심층조사를 추진하는 예산 또한 3억4천만원 증액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8.15 통일 독트린’에서 강조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실천 방안들에 예산 증액이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윤 정부의 이 정책 실현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즉각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정책들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거고요. 따라서 특히 강조됐던 탈북민 그 다음에 북한 인권 이 부분에 대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증액시켰다 이렇게 볼 수 있죠.”
한국 정부는 이와 함께 통일에 관한 국제사회 지지를 확대하기 위한 국제한반도포럼을 ‘한반도 통일을 위한 다보스 포럼'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예산을 두 배로 늘려 15억8천만원으로 잡았습니다.
진행자) 김 기자, 그렇다면 반대로 예산이 줄어든 분야는 없습니까?
기자) 네,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남북 인적 왕래를 비롯한 남북사회문화교류 분야와 개성공단 운영 및 DMZ 평화적 이용을 포함한 남북 경제협력 분야의 기금은 각각 35%와 21.3%가 감소한 규모로 책정됐습니다.
남북관계 경색 국면 장기화로 교류협력 관련 사업의 실질 집행률이 떨어진 상황이 반영됐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대북 구호 지원 예산과 민생협력 지원 예산은 각각 159억2천만원과 5억7천만원 증액된 1천122억3천만원과 4천758억9천만원으로 편성했습니다.
구호 지원은 재해 발생 때 쌀 등 구호물자를 지원하기 위한 항목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 군사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한다는 기조가 8.15 통일 독트린에서도 재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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