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북한 정권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낸 국군포로에 이어 납북피해자 가족들까지 북한 정권과 김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정찬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형진 / 영상편집: 김정호)
한국 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간 납북 피해자 가족들이 정전협정 67주년인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정권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송을 대리하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납북 피해자 가족과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에도 북한의 사과는 물론 납북된 사실 자체를 인정받지 못했고 생사확인 조차 거절당하고 있다면서 납북 피해자들은 한국 헌법과 국제인권 규범에서 금지하는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라고 밝혔습니다.
김태훈 변호사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대한민국 국민들을, 민간인들을 납치해간 범죄다. 그때 10만명이 납치가 됐습니다. 바로 이 유족들이 산증인입니다.”
이번 소송에는 권오성씨와 김규홍씨 등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강제 동원으로 군역과 노역 등에 차출된 납북 피해자 10명의 가족과 유족들이 참여했습니다.
김하진 / 납북자 김규홍 씨 아들
“대책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저희들도 이제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제기한 손해 배상액은 모두 2억6천2백85만원.
미화로 약 21만 9천5백 달러입니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의 정신적 손해 배상 각 3천 만원과 형제자매 자녀 등 손해배상 청구권을 상속받은 유족들의 상속분이 포함된 액수입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 대리하는 손해 배상 청구소송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한국 전쟁 발발 70주년인 지난 6월 25일, 납북피해자 가족 10명이 3억 4천백만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변호인들은 현재 1차 소송이 공시 송달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재판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 게시판 등에 소송 내용을 게재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한변은 이와 함께 현재 북한에서 공개처형과 즉결처형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은 피해자들과 3차, 4차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권오현 변호사 /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1차 소송에서 비록 공시 송달이기는 하지만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남아 계신 우리 납북자 유족분들 아직 머나먼 길이 남아 있습니다만, 남은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에 앞서 국군포로 피해자 2명도 북한 정부와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달 초 북한이 2천1백만 원씩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소송에서 이긴 국군포로가족회는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진정서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 보고관에게 제출했습니다.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 피해자 20명을 중심으로 또 다른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선영 /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아직 20분이 남아 계신데 한 사람 한 사람 스토리가 달라요. 이분들을 다시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드릴 거구요.”
첫 번째 국군포로 피해자들의 승소로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금전적 배상이 법적 근거를 갖게되 면서 북한 정권에게 인권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소송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칫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앞으로 관련 내용과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정찬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