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북한 선박 31척, 최근 중국에 가장 자주 정박

지난 2013년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항해하다 파나마 정부에 적발된 북한 선박 청천강 호. (자료사진)

유엔의 새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 선박 31 척의 유엔 회원국 내 입항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운항 중단 조치인데요, 지난 한 달 간 이들 선박이 어떤 나라들을 다녔는지,위치 추적에 어려움은 없는지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들이 최근 가장 많이 정박한 곳은 중국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전세계 선박의 입출항과 위치 기록 등을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한 달 동안 입항과 출항 기록이 남아있는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은 모두 19척이었습니다.

특히 이들 선박은 중국에 총 21회 정박해, 중국으로의 운항이 다른 나라들 보다 월등히 많았습니다.

제재 선박들은 주로 중국 단둥과 룽커우, 란산, 난동, 르자오시 등의 항구에 정박하거나, 이 곳 항구를 통해 북한이나 제3국으로 출항했습니다.

한 때 정봉 호로 불렸던 그린라이트 호는 지난달 중국 란산 항을 출발해 지난달 27일 러시아 타만에 도착했고, 미림 호와 미림 2호는 지난달 각각 중국 징탕 항과 진황도를 출발해 북한 남포 항에 최근 입항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간 곳은 러시아로, 타만과 보스토치니를 각각 2회와 1회 방문했고, 일본 요코하마와 인도네시아 팔렘방,필리핀 수빅에도 지난 한 달 사이 1회씩 정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2일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는 원양해운관리 회사 소속 선박 31 척에 대해 유엔 회원국 입항을 전면 불허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이 지난 한 달 간 정박한 중국과 러시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모두 유엔 회원국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선박은 더이상 해당 국가에 입항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이번 분석에서 입항이나 출항 기록이 드러난 19척 외 나머지12 척 중 5 척은 운항 기록이 모호하긴 했지만 여전히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월 이후 해외 항만에 공식적으로 입항과 출항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 주변국가들에 종종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

2015년 12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항을 출발한 기록만이 있는 강계 호는 2월21일 일본 해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철령 호 역시 2월22일 한반도 서해 중국 앞바다에서 포착됐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7 척은 1년 넘게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 있어 운항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가령 지난 2013년 쿠바에서 선적한 무기를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다 적발된 청천강 호는 2014년 11월12일 일본 해역에서 사라진 뒤 현재까지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 있고, 낙원2호라는 이름이 붙었던 세보 호 역시 지난해 7월 중국과 한반도 사이 공해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향하던 모습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제재 대상 선박들의 운항이 제한적으로 확인되거나, 운항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부분에 대해 선박들에 설치된 선박자동식별장치 (AIS)가 의도적으로 조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마린 트래픽’의 팀 소어 미디어 담당관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AIS는 켜거나 끌 수 있게 돼 있다”며, “선원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종종 AIS를 끄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어 담당관은 현재 위치가 드러나지 않는 북한 선박들은AIS를 껐거나, AIS를 수집할 수 있는 레이더가 없는 지역을 운항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미국 재무부 분석관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씨는 북한 선박이AIS를 끄는 사례가 종종 확인됐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파나마에서 억류됐던 청천강 호가 AIS를 끄고 운항하다가 적발된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뉴콤] “The ship in Panama, Chong Chun Gang….”

뉴콤 씨는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AIS 를 끄는 것 외에도 이름을 바꾸거나, 선박의 국적이나 운항 회사를 바꾸는 방법을 자주 동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 (IMO)의 나타샤 브라운 공보관에 따르면 AIS는 국제 규정에 따라 상시 켜둔 상태로 운항하도록 돼 있지만,이를 어겨도 제재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들이 AIS를 끄고, 특정 국가가 유엔 결의를 무시한 채 입항을 허용한다면 국제사회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제재 대상에 오른 31척의 선박은 북한 국적이 21 척이었고, 나머지 10척은 다른 나라 깃발을 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적 별로는 시에라리온에 4척, 캄보디아 3척, 팔라우와 탄자니아, 몽골에 각각 1척 씩이 등록됐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