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늘(18일) 밤 평양을 방문합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킬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밤 북한을 방문합니다.
19일까지 이틀간 국빈방문 형태로 이뤄지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만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극동 지역 사하공화국 야쿠츠크를 방문한 뒤 저녁에 평양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북한 방문과 관련한 주요 일정을 소화한 뒤 베트남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가 북한에 실제로 머무는 시간은 24시간이 채 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을 포함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 위원장과 북러 정상회담을 한 이후 9개월 만의 답방이기도 합니다.
북한에 외국 정상이 방문하는 것은 북한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국경을 폐쇄한 이후 처음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김 위원장과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서명하는 등 북러 관계를 격상시킬 전망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러시아 법률 웹사이트에 발표된 대통령령 문건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협정을 체결하자는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을 수락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체결을 지시한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 양측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중 이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이 협정이 기존 북러 간 체결 문서들을 대체할 것이라며, “당연히 국제법의 모든 기본원칙을 따르고 어떠한 도발적 성격도 없으며 어느 국가를 직접 겨냥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러 관계 격상이 군사협력 강화를 의미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러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군사안보 협력에 합의하거나 조약까지 체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18일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러시아와 북한 간의 협력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거나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또한, 러측에도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 왔습니다.”
러시아의 대외관계 수준은 크게 선린우호관계와 협력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전략동맹으로 나뉩니다.
북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지난 2000년 2월 ‘친선과 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번에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이 맺어지면 양국 관계가 크게 격상되는 겁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8일자에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 세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하겠다며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 건설, 인도주의적인 협조 발전, 북러 고등교육 기관간 과학 활동 활성화, 상호 관광 여행 문화와 교육 청년 체육 교류 활성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항들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 등에 담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푸틴 대통령의 기고 내용엔 북한과의 군사안보 분야 협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북러 관계가 격상되더라도 군사안보 분야 협력은 매우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현 상황에선 북러가 아무리 찰떡 궁합이라고 해도 동맹으로 갈 순 없는 것이고 이번엔 어쨌든 양측이 친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해야 하는데 또 국제법적 틀을 준수하는 모양새를 취하려면 결국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밖에 없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푸틴 대통령은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할 정도로 양국 간엔 서로 선을 넘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첨단 군사기술이나 무기 제공 또는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같은 동맹 수준의 관계 격상을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푸틴 대통령이 기고에서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 건설’을 언급한 게 북한과의 안보 협력을 시사한 대목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 박사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유라시아 일대를 아우르는 지역 다자 안보 협력 틀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관련 합의를 협정 내용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양자 차원에서 자동군사개입 조항까지 포함하는 동맹조약으로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유라시아라는 큰 틀에서의 지역 협력 차원에서 북한을 어떻게 포섭할지 또 포함시킬지에 대한 내용들이 담기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죠.”
푸틴 대통령은 또 ‘노동신문’ 기고에서 북한과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과 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북한이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시스템과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무역과 결제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한편 우샤코프 보좌관은 구체적인 시간을 언급하지 않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우샤코프 보좌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식환영식, 양측 대표단 소개, 의장대 사열, 사진촬영 뒤 회담을 시작합니다.
회담은 확대 형식 회담과 비공식 회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됩니다.
회담 후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공동문서에 서명한 뒤 이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산책과 다도를 겸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며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비공식 회담에 긴 시간이 할당돼 있으며 필요에 따라 양측 대표단 일원이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러 정상간 비공식 회담을 사전에 공개한 것은 대내외적인 선전 효과를 노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러는 지난해 9월 정상회담 이후 고위층을 포함한 다양한 협의와 다방면의 밀착을 보여왔다며, 북러 정상이 새삼스럽게 비공식 협의를 갖는다고 사전 공개한 것은 양국 관계를 대외에 과시하고, 북한으로선 대내 결속을 위한 선전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실질적인 합의보다는 상징적인 북러 양국 정상 간 친교, 우의, 협력, 밀착의 강도를 보여준다, 김정은 입장에선 푸틴이 평양에 가는 것 자체가 일종의 선물이잖아요, 최대한 활용해서 자기들 선전에 활용하겠다 거기엔 그런 비공개 회담도 포함돼 있고.”
장용석 박사는 북러 정상 간 비공식 회담은 반미 전선에 함께 하는 상황에서 양측이 정세 인식을 공유하고 전략적 소통을 심화하고 나아가 공동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 기간 중 북한 측이 마련한 공연을 관람하고 한국전쟁 때 전사한 옛 소련군을 추모하는 해방탑에 헌화할 계획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평양을 떠나 베트남을 국빈방문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