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대상인 북한 선박이 또다시 중국 항구에 입항했습니다. 유엔 결의에 따라 억류돼야 할 선박이 제약 없이 중국을 오가며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중국 항구에 모습 드러낸 유엔 제재 선박
북한 선박 갈마호가 중국 산둥성 룽커우항에서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 서비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갈마호는 한반도 시각 11일 오후 3시 40분경 북한 남포 해상을 출발해 약 하루 만인 12일 오후 2시경 룽커우항 계선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듯 13일 새벽 현재까지 위치 정보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갈마호가 마지막으로 위치를 발신한 장소는 항구 입항을 위해 대기하는 계선장소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갈마호를 포함해 5척의 북한 선박이 대기 중입니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던 북한 선박 부양 5호는 이미 룽커우항에 접안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갈마호도 곧 부두에 접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 제재 관계없이 자유롭게 출입
문제는 갈마호가 유엔 안보리의 자산동결 대상, 즉 제재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8년 북한의 운송회사 ‘평천쉬핑 & 마린’을 제재하며, 이 회사 소유의 갈마호(당시 명칭: 지성8호)에 대해 자산 동결을 명령했습니다.
이로 인해 갈마호는 다른 나라 항구에 입항할 수 없고, 입항하더라도 즉시 억류돼야 합니다.
하지만 갈마호는 지난 6월 30일에도 룽커우항 부두에 접안 기록이 있으며, 그 당시에도 중국 당국은 아무런 조치 없이 갈마호가 북한으로 돌아가도록 허용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번에도 갈마호는 룽커우항에 도착해 또다시 부두 접안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재 무시, 중국 책임론 부각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당시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산 동결 대상 선박은 (제재) 지정 선박으로 압류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A vessel subject to asset freeze is a designated vessel, should be seized. That's what asset freeze means. And if you look at 220 paragraph 12, you'll see that the vessel is an economic asset that may be frozen, in other words, seized. So, what should have happened is that... the best decision would have been to refuse entry, but seeing that they've let it in, it means that because it's within their jurisdiction, they should seize the vessel.”
특히 ‘제재 선박에 대한 조치’를 명시한 안보리 결의 2270호 12항을 언급하며 “(중국 정부의) 가장 좋은 결정은 입항을 거부하는 것이지만, 입항을 허용한 만큼 관할권 내에 있는 이 선박을 압류했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중국이 제재를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2018년까지 안보리의 모든 나라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제재”라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주미 중국대사관은 VOA의 질의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관련 기관에 문의하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12일에도 중국대사관은 VOA의 동일한 질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중국 정부는 원칙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를 항상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중국대사관] “Unfortunately we are not aware of the specifics you mentioned and please refer to the competent authority for further comments. As a principle, the Chinese government has always fully and strictly implemented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on the DPRK and fulfilled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현재 VOA는 미국 국무부와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에도 같은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청진항에서도 ‘제재 선박’ 활동
북한 항구에서도 유엔 제재 선박의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12일 북한 청진항에서 또 다른 유엔 제재 선박인 태평산호가 위치 신호를 발신한 것입니다.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따르면, 태평산호로 확실시되는 선박이 청진항 부두에 접안해 있으며, 석탄으로 보이는 화물을 선적하는 장면이 찍혔습니다.
유엔 제재 선박이 유엔의 금수품을 싣고 있는 것인데, 이에 따라 또 다른 제재 위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청진항에서 선적된 북한 석탄이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으로 향한 사례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번 선적도 유사한 제재 위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의 석탄을 포함한 모든 광물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