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북한 해역에서 1천 6백 척이 넘는 중국 어선들이 지속적으로 불법 조업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당국이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며 중국 측에 조업권을 판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때문에 북한 어장 황폐화와 북한 어민들의 타격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불법 어획 어선을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세계어업감시기구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8개 기관은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영해 내에서 성행하고 있는 불법 조업 실태를 지적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각각 900척과 700척 이상의 중국 선박이 북한의 배타적 경제수역 EEZ에서 불법 조업 활동했으며 실제 선박 수가 더 많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세계어업감시기구 박재윤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전례 없는 규모로 북한에서 불법 조업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재윤 / 세계어업감시기구 선임연구원
“이번 불법 조업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한 국가의 선박들이 제 3국 수역에서 자행한 불법 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수준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 어선의 북한 해역 불법 조업이 북한의 조업권 판매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 등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의 불법 조업이 지속됐다는 것은 북한과 중국 간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조업권 거래가 이뤄졌다는 방증이며 만약 불법 조업이 북한 정부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면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실제로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등에서 지난 2018년 중국과 북한 당국 사이에 조업에 관한 양해 각서를 체결한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북한 해역 내 불법조업이 북한 어장의 황폐화와 북한 어민들의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초래하는 등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어선들이 북한 어장에서 16만 4천 톤 이상의 오징어를 2년간 불법 포획해 벌어들인 수익만 미화 4억 4천 600만 달러 가까이 되는 등 남획을 하고 있는데, 중국의 대형 저인망 어선과 경쟁할 수 없는 북한 어민들이 멀리 러시아와 일본 해역으로 밀려나 불법 조업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박재윤 / 세계어업감시기구 선임연구원
“러시아 수역에서 불법 소형 어선이 증가하는 숫자와 일본 해안에서 표류하다 발견되는 북한 유령선의 숫자는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중국 어선의 대규모 불법 조업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선박 자동식별장치와 레이더, 고해상도 광학 영상 등 여러 가지 기술을 통해 불법조업의 전체적 상황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중국 선박의 불법조업에 대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서 이런 연구는 사각지대에 숨어 불법 조업을 벌이는 이들에게 숨을 곳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