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행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을 계기로,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을 공개 검증해야 한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또 선의로 추진되는 대북 지원 사업이 취약 계층에 혜택을 주는 대신 정권의 무기 증강 예산에 전용되고 시장경제 태동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인권 개선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북 지원을 계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미국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북한 정권이 인도주의 지원 분배를 총괄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북 인도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국제기구의 설명과 달리 식량 등 대북 지원품이 전달 즉시 북한 당국의 철저한 통제 아래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인도적 지원은 가장 취약하고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야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인도적 지원의 분배를 정권이 맡으면서 발생합니다. 그동안 대북 인도주의 프로그램의 투명성, 감시, 평가 모두 심각한 문제가 돼 왔던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대북 인도지원 실태와 허점에 관한 의문은 김정은 정권의 비자금과 예산의 흐름을 관장했던 전 북한 고위 관리들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를 지낸 탈북민 리정호 씨는 VOA에 지방 출장을 다니면서 지원 물자가 전용되는 정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리정호 / 전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 탈북민
“나는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으로 들어온 식량을 빼돌리는 현장을 여러 번 목격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모니터링하는 국제감시단이 있으면 지원받은 식량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그 감시단이 떠나면 군대 차량을 동원해 다시 실어 가는 기가 막힌 행동을 합니다. 또 한번은 원산항에서 군대 차량 수십 대가 군용 번호판을 지우고 일반 사회 차량인 것처럼 위장해 배에서 내리는 인도주의 지원 식량을 바로 군대로 실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리정호 씨는 또 분배 감시를 위한 현장 접근이 향상됐고, 북한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얻는 것도 훨씬 용이해졌다는 유엔 인도주의 지원 담당 기구들의 설명에 대해, 북한을 실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동의 자유가 없고 교통과 숙박 등 편의시설이 열악한 북한에서 외부 요원들의 현장 감시는 매우 어렵고, 그마저도 북한 당국이 보여주기 용으로 준비해 둔 곳들이라며, 대다수 북한인들은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대북지원을 오랫동안 지지해왔지만 면밀한 감시가 수반되지 않은 지원은 오히려 북한인들을 겨냥하는 무기로 사용될 것이라면서 고난의 행군 시기 충분한 지원이 제공됐지만, 아사자가 속출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매년 상당한 규모의 지원을 하는데도 북한의 식량 보건 위기가 계속된다는 것은 북한 정권의 잘못된 정책과 우선순위 때문이라면서, 무분별한 지원은 북한 정권의 통제력을 강화하고 시장 경제 태동을 억누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