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갖추고 비밀 핵시설을 계속 운영하면서 북한의 핵 능력을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공격 표적은 한국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안전을 우선시해 신속히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지난 2012년 미북 간 2.29 합의에 관여했던 미국의 핵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북한의 핵 보유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고 동시에 무기 제작 능력은 개선됐을 것이라면서 영변 핵시설 내 경수로가 재가동되고 다른 지역에 또 하나의 원심분리기 시설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보유량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핵분열 무기의 폭발력을 유지하면서 이를 소형화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 개발과 다탄두 기술 적용을 우려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은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우라늄과 플루토늄 기폭제를 터뜨려 안쪽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게 만들어 원자폭탄보다 훨씬 큰 폭발력을 내는 수소폭탄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폭발력과 관계없이 핵탄두 1개를 소형화해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니라 2~3개의 핵분열 무기를 동시에 실을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다만 북한이 각 탄두의 큰 파괴력을 유지하는 소형화 기술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관측이 있다면서 소형화된 300킬로톤의 다탄두 수소폭탄을 탑재하는 미국의 기술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능력에 대해서는 이란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이미 기술을 확보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재진입 능력은 발사된 로켓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관측되는 데이터와 여기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데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이런 것들을 확보했을 수 있습니다. 같은 과정을 밟았던 이란으로부터 도움을 얻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계속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왔고 지난 2년 동안 재진입 기술 개발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또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할 만한 변수로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꼽으면서, 북한이 한국을 대상으로 핵 선제공격을 펼치고 조기에 항복을 받아내 미국의 개입을 막으려 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 가능성을 우려해야 합니다. 자살행위로 여겨질 수 있지만 북한이 한국에 핵무기를 떨어뜨려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합니다. / 북한이 증폭핵분열탄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면 미국 시애틀과 같은 도시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까요. 그럴 때 미국이 북한에 항복한 한국을 해방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할까요?”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은 공공연히 핵실험 몇 년 뒤 제재에서 벗어나고 핵보유국 지위를 얻은 파키스탄처럼 되겠다는 열망을 표현한 만큼 그렇게 되도록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유일한 선택지는 비핵화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