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넘었지만 7천여 명이 넘는 미군 참전용사들이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의 흔적을 찾아 줄 미국 국방 당국의 작업이 진전을 이루길 바라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규)
한국전쟁 발발 72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의 알비아에서 70여 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참전용사를 맞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미국 육군 32보병연대 소속 케네스 포드 상병.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포드 상병은 그해 12월 2일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 장진호 인근 전투에서 18세의 나이로 실종됐습니다.
이후 그가 미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68년이 지난 2018년 8월. 당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보낸 한국전 전사자 유해 55상자에 전우들과 함께 담겨 돌아왔고, 이듬해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 DPAA의 유전자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돼 마침내 고향에서 영면에 들게 된 것입니다.
포드 상병처럼 한국전에서 실종 사망했다가 신원이 확인된 참전용사는 현재 최소 617명으로, 아직도 7천 500여 미군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미군포로 실종자 가족연대를 이끄는 리처드 다운스 씨도 그의 아버지인 홀 다운스 중령이 26세 때 미국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1952년 1월 작전 수행 중 실종됐습니다.
리처드 다운스 / ‘한국전쟁 미군포로 실종자 가족연대’ 대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행방조차 확인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은 치유되지 않는 상처입니다. 언니와 저는 대부분의 가족들이 미국 내에서 베트남전 실종자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던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행방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05년 미북 공동유해 발굴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의 브루스 하더 국장은 현재 약 5천여 구 이상의 미군 유해가 북한에 있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브루스 하더 / 미국 한국전쟁 참전용사협회 국장
“한국전쟁 당시 미군 유해 약 5천여 구 이상이 북한에 있습니다. 북한에 들어가서 미군 유해를 발굴해 미국으로 봉환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럴 방도가 없습니다.”
워싱턴D.C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에 세워진 ‘추모의 벽’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미군과 카투사 등 4만여 명의 이름이 새겨집니다.
다음 달 27일 공식 제막식을 앞둔 이 벽에는 존 R 러벨 공군 대령의 이름도 있습니다. 그의 외손자이자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딘 전 미국 육군 대령은 외할아버지의 유해가 북한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딘 / 전 미군 육군대령
“저는 아직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어머니의 소원이기도 하죠. 외할아버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가서 실종자 발굴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우리는 바라고 있습니다. ”
한국전쟁 미군 포로 실종자 가족들은 북한이 하루빨리 미군 실종자를 송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해 55상자 송환 이후 하노이 미북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미국 당국의 유해 송환 논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