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라진항에 이번엔 석탄이 다량으로 쌓였습니다. 한때 러시아산 석탄의 출항지였던 이곳에서 관련 활동이 재개된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도)
북한 라진항을 촬영한 14일 자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입니다.
러시아 전용으로 알려진 서쪽 부두 일대가 검은색 물체, 즉 석탄으로 가득합니다.
최초 공터로 옮겨진 석탄이 다시 부두로 이동한 듯 둘 사이에는 검은색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석탄이 옮겨질 때 바닥에 남은 이동 흔적입니다.
지난 4일까지만 해도 공터와 부두는 맨바닥을 보였지만 7일에는 이곳이 검은색 물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어 일주일 뒤인 14일엔 그 면적이 더 넓어진 것입니다.
러시아 전용 부두를 기준으로 라진항에서 이처럼 많은 양의 석탄이 포착된 건 지난 2019년 이후 약 5년 만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석탄을 포함한 북한산 광물의 해외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포착된 석탄이 북한산이고, 이후 해외로 향한다면 이는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입니다.
하지만 해당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산 석탄 수출 금지를 담은 결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합작으로 운영하는 ‘라진-하산’ 일대에서 선적되는 러시아산 석탄에 대해서는 제재 ‘예외’가 인정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산 광물을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라진항으로 운송한 뒤 이를 한국으로 보내는 이른바 ‘라진-하산’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입항을 6개월 동안 금지하는 자체 독자제재 조치를 단행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최근 중국 기업 등이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 수입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의 수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VOA는 지난 2019년 10월 라진항에서 중국 랴오닝성 판진시와 광시 좡족자치구의 팡청강시로 운항할 선박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선박 수배 안내문’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당시 선적물은 러시아 회사가 보유한 석탄 4만t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VOA 취재 결과 이 석탄은 어떤 배에도 실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선박 업계 관계자는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선박 업계 내 팽배하다는 이유를 들며 실제 입찰에 나서는 선박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무기 거래 의혹을 받을 만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이는 라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에 대한 수출 상황이 4~5년 전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존 켈리 / 미국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지난 12일 안보리 회의)
“지난해 9월 이후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하며 1만 1천 개가 넘는 컨테이너 분량의 군수품과 군수품 관련 물자를 조달했습니다.”
VOA는 러시아 정부에 라진항을 통한 석탄 수출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