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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독일 가입으로 대북 억제 강화…지역 안보 차원 역할 확대 주목


2일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오른쪽)이 유엔군사령부(UNC) 공식 가입 행사에 참석했다.
2일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오른쪽)이 유엔군사령부(UNC) 공식 가입 행사에 참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핵심 국가인 독일이 최근 유엔군사령부 1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억지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유엔사 역할이 북한의 침략 억지와 대응에 그치지 않고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관련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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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독일이 최근 유엔군사령부에 가입했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전쟁 직후 의료진을 파견했던 독일은 지난 2일 유엔사 18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습니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지난 2019년부터 논의됐습니다. 당시 미국은 유엔사 확대 차원에서 독일을 참여시키려 했고 독일도 이를 추진했지만 문재인 당시 한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유엔사 참여국은 한국의 요청으로 한국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므로 신규 파견을 위해서는 한국의 동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를 추진하며 정전협정 체제의 대표적 기구인 유엔사 확대를 원치 않았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나누려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나누려 하고 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에 독일 가입은 어떻게 성사된 건가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집권하면서 한국 정부 기조는 유엔사 역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유사시 자동으로 한국을 도울 수 있는 유엔사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억제 요인이 되므로 유럽의 경제 군사 강국인 독일 가입이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남북 간 국경 파주에서 보이는 한국 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위).
남북 간 국경 파주에서 보이는 한국 군 초소(아래)와 북한군 초소(위).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동안 북한이 상대를 해야 하는 대상은 한미동맹이었는데 그것이 한미일로 확대되고 거기에 더불어서 인태 지역 국가들, 현 시점에서 나토 핵심 동맹국까지 협력을 한다는 것은 그냥 숫자 측면에서 북한이 대응해야 할 수가 훨씬 늘어난 것이고 더구나 독일같이 능력 있는 국가가 들어오는 것은 북한 입장에선 더 큰 위협을, 한미 입장에선 억제력을 강화하는 형태가 되는 거죠.”

유엔사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 결의로 결성된 다국적 연합군 사령부입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엔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미한연합사령부 전력 지원 임무를 맡고 있고 유사시 일본에 있는 7개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18개 전력 제공국의 병력과 장비가 한반도로 전개됩니다.

진행자) 유엔사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북한으로선 오히려 유엔사 회원국이 늘어나는 데 반발하겠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유엔사 존립이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엔사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왔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6일 “유엔사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침략기구”라고 주장하면서 독일의 유엔사 가입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정세를 격화시키는 행위로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재한 외무성 담화.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지난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게재한 외무성 담화. (화면출처: 조선중앙통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미국은 ‘아시아판 나토’를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를 중러와의 군사적 연대를 강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 입장에선 홀로 대응하는 것 보다는 냉전시대 한미일-북중러 군사대결 구도로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함께 이 유엔사 확장에 대응하는 게 정치적으로 이득이 있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요.”

진행자) 그런데 독일의 유엔사 가입을 계기로 유엔사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사실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유엔사 역할이 한반도 유사시 한국의 방어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나토와 같은 집단안보체제로 전환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그러나 유엔사의 역할이 단순히 북한 침략 억제와 대응을 넘어 지역 안보 차원에서의 실질적 역할로 확대될 순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측에서 바라보는 판문점의 모습.
한국 측에서 바라보는 판문점의 모습.

조 박사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의 길이 열린 새로운 국면에서 유엔사는 중러를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고 이는 유엔사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중국과 북한은 동맹관계거든요. 유사시 군사 개입을 할 수 있게 돼 있고 이번 6월에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으로 러시아도 군사 개입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이렇게 보면 북한을 주적으로 하지만 그러나 그 배경에 중국은 또 러시아도 대상이 된다, 적으로서 그렇게 볼 수 있죠.”

진행자) 나토 핵심 국가인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유럽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강화 차원으로 볼 수도 있을까요?

기자) 네, 유럽 주요 국가들은 동아시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을 넘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독일의 유엔사 가입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한반도와 유럽 안보가 연동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이에 따라 유럽연합 주축 국가인 독일이 동북아 정세에 관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는 겁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유럽과 인태 지역 안보가 글로벌 차원으로 묶이고 유엔사는 그 연결고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유럽과 글로벌 차원에서 한반도와 또는 동북아와 좀 더 확대하면 태평양 지역일 수도 있는데, 여러 지역들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특히 실질적 측면에서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인 건 사실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고”

한편 유엔사 가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 대해선 한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한반도 유사시 후방기지로서의 일본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한국이 일본의 군사력이 한반도에 직접 투사하는 것을 허용하기엔 양국 갈등 현안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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