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만에 또 다시 한국을 향해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냈습니다.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불만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또 다시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에 나섰군요. 우선 살포 현황에 대한 한국 측 발표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4일 밤부터 5일 새벽, 그리고 5일 오전 9시쯤부터 낮 12시쯤까지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20여개와 60여개, 총 48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한국으로 날렸습니다.
북한은 또 5일 저녁에도 쓰레기 풍선을 부양해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합참 분류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5월 말부터 한국 측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해 오물 또는 쓰레기 풍선을 날린 게 이번이 12번째와 13번째, 그리고 14번째입니다.
또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는 지난달 10일 이후 25일 만입니다.
합참은 “서울 지역 30여 개와 경기도 북부 지역 70여 개 등 100여 개의 낙하물이 확인됐다”며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와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로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5일 낮까지 살포한 480여개 가운데 100여개만 한국에 낙하했다면 그리 효율적인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분석이 나오나요?
기자) 일단 풍향이 맞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황해도 등 서쪽 지방에서 주로 서울을 겨냥해 풍선을 띄우는 데 4일은 동풍 위주의 바람이 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창현 합참 공보차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초기 평가 결과 북한이 좀 급하게 풍선을 띄운 동향이 있을 가능성을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이 압록강 유역 대규모 수해로 민심이 불안한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대응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7월 말 수해가 규모가 엄청나고 아직 복구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거죠. 이런 상황에 대북 전단이 북한에 퍼져서 특히 예를 들어서 (김정은이) 요트를 사서 사치생활을 한다 그런 내용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게 퍼져나갈 경우 북한으로선 매우 치명적일 수도 있거든요.”
진행자) 김 기자, 북한이 25일 동안 잠잠하게 있다가 다시 풍선을 보낸 것 아닙니까? 어떤 이유로 또 어떤 의도로 보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먼저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관측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에도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비공개로 날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민간단체의 전단을 쓰레기 풍선 도발의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민간의 정보 전달을 위한 자발적 행위가 결코 북한 당국이 자행하는 도발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수해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도 몰상식하고 저급한 행위를 반복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대북 단 살포 외에도 전방지역에서의 한국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지속, 그리고 한국 언론들의 북한 수해 피해 규모 보도,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 망명한 리일규 전 쿠바 재 북한대사관 참사의 잇단 북한 실상 폭로 발언 등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심리전 방송, 수해 현실의 공개, 리일규 참사의 폭로 이런 것들에 대한 전반적 불만이 누적된 게 이번 쓰레기 풍선 살포의 원인이라고 보고요. 따라서 일회성이 아니고 향후 지속적으로 풍선을 살포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여론이 움직일 때까지 보낼 가능성이 있고요.”
한국 군은 북한의 대남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 7월 21일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 중입니다.
진행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최근 밝힌 ‘8.15 통일 독트린’과 관련지은 분석도 있다고요? 어떤 얘기인지요?
기자) 네, 윤석열 대통령은 3대 통일 비전, 3대 통일 추진 전략, 7대 통일 추진 방안을 담은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는데, 이 중 7대 추진 방안 가운데 하나가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였습니다.
통일부는 후속 조치로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확대를 위한 정보 유입 활동의 전달력과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북 라디오 방송 콘텐츠 제작, 실태 평가, 인력 양성 등의 민간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대북 심리전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에 북한이 대응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통일 독트린이 천명한 북한 주민들의 정보접근권 강화는 북한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수단이라며, 북한으로선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으로선 드러나는 쓰레기 풍선뿐만 아니라 인지전, 회색지대 전술, 각종 심리전 이런 것들을 통해서 아니면 댓글 작업이나 사이버 해킹이라든지 여러 방법으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정부를 피곤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한국 측에선 오늘 북한과 인접한 서북도서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있었군요.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나요?
기자) 한국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 6여단과 연평부대 등 백령도와 연평도에 배치된 부대들이 5일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동안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390여발을 발사하며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해병대는 “이번 사격훈련은 정례적,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며 “앞으로도 정례적인 해상사격훈련을 통해 해병대 화력운용 능력을 향상시키고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병대가 K-9 자주포 등을 동원한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한 것은 지난 6월 26일 이후 71일 만입니다.
해병대가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훈련이 북한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한 경고성 대응이기도 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와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교란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복합 도발에 나서자 지난 6월 4일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를 결정했고, 해병대는 같은 달 26일 정례적 성격의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근 7년 만에 재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북한이 뒤늦게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 훈련 등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북한 국방성 공보실장은 5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UFS와 미한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에 대해 “극히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미한 연합연습인 UFS는 지난달 29일 끝났는데요, 종료 일주일 만에 비난 담화가 나온 겁니다.
북한은 UFS를 하루 앞두고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문을 통해 UFS가 침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한 바 있지만, 훈련 기간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고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번 담화에서 계속되는 미한 연합연습으로 “조선반도가 정세 불안정에 노출돼 있다”며 “적대세력들은 정세 격화의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이번 담화가 고위급 인사가 아닌 국방성 공보실장 명의이고 과거보단 수위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실무 부서에서 공보차원에서 얘기하는 건조한 투로 비난한 거거든요. 때문에 일단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여러 사안들을 지금 축적하고 있다라는 의도로 보여지고 향후에 아마 있을 여러 행보에 대한 명분쌓기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수해 복구에 집중하면서 미한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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