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의주비행장에 들어섰던 대규모 화물 방역 시설이 약 3년 만에 모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이 격리 기간을 거치지 않고 북한 내륙으로 운송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의주비행장을 떠났던 전술폭격기가 재배치될지도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조명수)
28일 북한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입니다.
얼마 전까지 이곳을 가득 채운 창고 건물과 부속 건물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앞서 북한은 신종 코로바이러스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군사용 시설이던 이곳 의주비행장 활주로에 중국에서 열차로 건너온 화물을 격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90m 길이의 창고 건물 10개 동과 이보다 작은 길이의 부속 건물 20여 개가 들어서고, 바로 앞 활주로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 더미가 파란색과 하얀색 방수포로 뒤덮인 모습이 자주 포착됐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그대로 유지됐었는데, 이날 위성사진에선 건물 대부분이 사라진 모습이 확인된 것입니다.
앞서 VOA는 이곳에 놓인 화물의 움직임을 분석해 북한이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3개월 동안 화물을 격리한 뒤 이를 북한 내륙으로 운송한다고 보도했었습니다.
그런데 의주비행장에서 더 이상 화물이 격리되지 않게 되면서,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이 방역을 거치지 않고 북한 내륙으로 바로 운송될지 주목됩니다.
북한이 의주비행장을 다시 공군 비행장으로 활용할 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창고 건물이 들어서기 전까지 의주비행장은 북한의 전술 폭격기가 출격 대기하던 장소였는데, 북한이 방역 시설을 해체한 만큼 이들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또 이번 철거가 북한의 ‘방역 중단’이 아닌 이 일대에 내린 폭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앞서 7월 말과 8월 초 평안북도 신의주와 의주 일대에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는데, 공교롭게도 의주비행장의 해체 시점이 바로 이 시기, 즉 북한이 수해 피해를 입은 때와 겹치기 때문입니다.
만약 수해로 인해 북한의 방역 시설이 해체됐다면, 이는 북한의 사회기반 시설이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또다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제롬 소바쥬 /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 (지난 15일)
“인프라에 대한 북한의 투자가 크게 부족했습니다. 수로에 대한 소규모 공사와 둑 건설 등 다양한 해결책을 통해 지역사회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수십 년 동안 이런 노력이 없었습니다.”
소바쥬 전 소장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2020년 이전까지 조기 경보 시스템 기술, 기후 변화 적응 준비 교육 프로그램 등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이 북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지적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